🕊️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돌아보는 평화를 위한 '디자인'

2022. 2. 27. 21:20Insight

 

안녕하세요. 프루티드입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2월 초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뉴스를 통해 많이 보도되었지만, 우리는 '정말 침공할까?', '지금 같은 시대에 전쟁이 일어날까?'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1953년 휴전협정을 한지 불과 70년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고 완전히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되지 않았음에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에 다가오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이번 침공은 명백한 팽창주의로 해석되고 있으며, 과거 소련의 붕괴로 독립한 우크라이나를 아직 자신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러시아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 다수입니다.

역사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전쟁을 겪어왔습니다. 욕심으로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아야합니다. 과거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고통 속에서 총과 칼 대신 펜과 목소리, 그리고 문화로 전쟁을 끝내기 바라는 비폭력주의 반전 운동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문학가, 철학자, 음악가 등이 있었지만, 오늘은 디자인으로 종전을 바랬던 사례들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 라는 말이 있듯, 현재 상황에 평화를 바라며 과거 전쟁 속 폭력이 아닌 문화로 평화를 만들고자 했던 디자인을 함께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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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아들을 군인으로 키우지 않았다" - 1914


세계 1차 대전 시기에 만들어진 반전 노래의 악보 표지입니다. 지금의 앨범커버와 같은 느낌인데요,
최초의 반전 노래라고 평가받는 이 노래의 한 구절이 지금의 상황에 교훈이 되는 것 같습니다.

"누가 감히 내 아들의 어깨에 머스켓을 메고, 다른 엄마의 사랑스러운 아들을 쏘게 합니까?"
"국가들이 미래의 문제를 중재하기 위해 칼과 총을 치워야 할 때입니다."

노래에는 전쟁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른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라는 점과 국가 간의 갈등은 총과 칼이 아닌 중재로 해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담겨 있습니다.

 

악보의 표지에는 벽난로가 있는 따듯한 집 안, 아들을 끌어안고 있는 어머니와 대조적으로 배경에 행군하는 군인과 전쟁의 포화를 그려 넣어 대조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었습니다.

 

1차 대전 시기에 대부분의 포스터와 그림은 전쟁을 지원하고, 징집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지만 이 악보 표지에 그려진 그림과 노래의 내용은 따듯한 가정과 아들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아낸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NO MORE WAR!" - 1968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Herb Lubalin이 디자인한 "NO MORE WAR!"는 아방가르드 잡지의 표지 었습니다. 타이포그래퍼이자 활자 디자이너이기도 했던 그는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하여 글자가 주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Lubalin은 전쟁에 대한 그의 생각을 굵고 강렬한 빨간색 타이포로 크게 배치하고 그와 대조되는 파란색 글씨를 배치하여 시각적인 강렬함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종전과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나타내는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이 작품이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림이 아닌 오롯이 글자로만 그 생각을 강하게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타이포가 가지는 힘도 있지만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간 작업해왔던 저의 디자인 방식을 다시 돌이켜보게 됩니다. 넛지 디자인처럼 비유와 은유로 은근하게  생각을 전달하고 대중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직접적으로 강하게 전달하는 것도 필요한 방법 아닐까요?

 

비유와 은유가 가지는 힘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과 같이 다른 것을 살펴볼 여유가 없는 시급한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평화를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Guernica" - 1937


전 세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입체주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 역시 전쟁의 참상을 그림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담은 가로 7m, 세로 3m가 넘는 대작인 게르니카는 피카소의 명성처럼 다양한 일화가 있습니다.


한 평론가가 '그림의 소는 전체주의를 상징하며, 말은 스페인을 상징한다'라고 하자 피카소는 '말은 말이고, 소는 소다. 이들은 학살당한 짐승 들일뿐이다. 나에게는 그게 전부다.'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피카소의 작품에는 죄 없이 학살당한 수많은 민간인과 가축이 그려져 있을 뿐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앞서 소개드린 타이포 그래피 작품인 "NO MORE WAR!"처럼 의미를 숨기고 비유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자 했던 대표적인 반전 작품이죠. 피카소 특유의 독특한 입체주의 화풍과 색채가 없는 어두운 단색 조합, 그리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로 그 참혹함이 배가 되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Peace symbol" - 1958


지금은 히피 문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평화마크도 본래 핵 감축을 위해 만들어진 기호입니다. 반군국주의 와 평화주의를 상징하기 위해 쓰이는 평화 마크는 영국의 평화단체 소속 디자이너인 Gerald Holtom이 디자인하였습니다.

 

핵 감축(Nuclear Disarmament)의 이니셜인 'N' , 'D'를 나타내는 수기 신호를 상징화한 마크로 평화를 상징하지만 그 모양이 독특하기 때문에 유래를 모른다면 비둘기의 발자국을 연상하기도 합니다.

 

2차 대전 말, 원자 폭탄이 실제로 사용되면서 그 위력을 확인하게 된 강대국들은 종전 이후로도 핵무기 실험을 지속하였습니다. 냉전 상황에서도 계속된 핵무기 실험에 대한 공포와 방사능, 낙진의 피해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으로 급부상하였고, 원자폭탄은 '사회가 나아가고 있는 가장 최악의 방향을 캡슐화한 것'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핵무기에 반대하는 세력이 커져갔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국가에서 반핵 운동이 출현하며 평화를 상징하는 지금의 Peace symbol이 디자인되었습니다. 작은 심벌 하나가 무슨 힘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단순해 보이는 이 마크는 비둘기, 월계수 잎과 함께 평화를 나타내며 많은 작품들에 사용되기도 하면서 우리들의 뇌리에 박혀 이제는 누구나 이 심벌을 보고 평화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과거에서부터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많은 비폭력적 시도가 있었습니다.
국가 간 갈등은 총과 칼이 아닌, 중재를 통해 나아가야 한다는 말과, 비유와 은유로 숨겨진 의미를 담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전쟁의 참상을 나타내고자 했던 작품까지 오늘 살펴본 작품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금 새겨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가 찾아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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